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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 칼럼/자작 칼럼

UEFA 유로 2020 결승전 이탈리아 v 잉글랜드 리뷰

by rogo 2021. 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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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유로 2020 결승전 리뷰

 

이탈리아 1 : 1 잉글랜드 (승부차기 3 : 2 )

루크 쇼 2'⚽

레오나르도 보누치 67'⚽

 

일시 : 2021년 7월 12일

경기장 : 웸블리 스타디움(런던)

 

견고한 두 팀의 만남

 

이탈리아와 잉글랜드는 현재 유럽에서 수비력으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두 팀이다. 그중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이번 유로 조별예선에선 7골을 넣으며(스위스 상대로 3골, 터키 상대로 3골, 웨일스 1골) 화끈한 득점력으로 주목받을 때 그들의 실점은 0이었다. 그리고 결승까지 올라오는 토너먼트에서 벨기에와 스페인같이 많은 득점으로 올라온 두 팀 상대로 각 1골만 내준 게 다였다. 이 괴물 같은 수비력을 보여준 이탈리아와 맞상대하는 잉글랜드 또한 마찬가지다. 수비 부문만 따져보면 더 괴물이다. 프리미어리그를 중심으로 역대급 스쿼드를 갖춘 잉글랜드 또한 훌륭한 수비력을 보여줬다. 물론 공격 부분에선 답답하고 2선 부분에서 창의적인 모습이 나오지 않아 전술 또는 선발 라인업에 대한 의구심으로 매경기 주목받았던 잉글랜드지만 조별예선에서 무실점으로 마쳤고 뿐만 아니라 4강전 덴마크에게 논란이 있는 프리킥으로 인한 실점(프리킥 상황 시 덴마크 쪽에서 파울을 범했다고 함)을 하기 전까지 잉글랜드는 무실점이었다. 이전부터 전해지던 "토너먼트는 수비가 강한 팀이 유리하다."라는 말을 증명하듯이 수비가 강한 두 팀이 결승까지 올라왔다.

 

이탈리아를 지켜낸 2명의 듀오 (키엘리니&보누치)

두 팀의 견고함의 기록

 

두 팀의 견고함이 어느정도였는지 기록을 더 찾아보았다. 이탈리아는 알다시피 결승전  1대 1 무승부로 승부차기까지 간 뒤 승리했기에 34경기 연속 무패(진행형)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가장 최근의 패배는 2018년 6월 2일 친선전에서 프랑스에게 3대 1로 패배로, 만치니 감독이 새로 부임하고 치른 2번째 경기이고 이때 맞붙은 프랑스는 그대로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던 점을 감안하면 시작부터 엄청났던 팀이었다. 물론 다른 메이저팀과 다르게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하여 여유로운 재정비 시간이 있었고, UEFA의 네이션스리그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이점을 어느 정도 본 것도 있지만 엄청난 기록이다. 그리고 34경기 동안 한 경기 2 실점 이상을 한 적이 없는 미친 팀이다. 잉글랜드는 사우스게이트 감독 지휘 후로 계속 수비에 집중하는 팀스 타일을 계속 유지시켜왔다. 화려한 공격진을 갖췄음에도 빈곤한 공격력에 비난이 집중됐지만 어찌 됐든 잉글랜드는 2018 월드컵에서 아쉽게 4위로 마무리 지었지만 견고한 수비와 창의적인 세트피스 전략으로 예상 밖의 성적을 거뒀으며 이번 2020 유로에서도 목표는 같았다. 지지 않는 축구를 하는 것. 잉글랜드도 이탈리아에는 못 미치지만 결승을 제외하고 14경기 연속 무패였고(2020년 11월 16일 벨기에전 2대 0 패배) 이 기간 동안 무실점 경기가 10경기가 되고 나머지 경기에서도 1 실점만 했을 뿐이다.

 

 

잉글랜드의 수비 3인방

 

사우스게이트가 다시 꺼내 든 3백 전술

 

현 잉글랜드 대표팀의 감독 사우스게이트는 2016년부터 삼사자군단을 이끌고 있다. 그는 2018 월드컵에서 3백과 5백을 넘나드는 3-1-4-2 포메이션을 꺼내 들어 팀을 단합시켰고 경기력은 논란이 됐지만 수비에 집중하는 끈적이는 축구로 4위를 차지하는 결과를 만들어내 많은 전문가들의 뒤통수를 때렸다. 예상외로 좋은 성과를 낸 사우스게이트는 감독직을 유로 2020까지 연결시킬 수 있게 됐으며 기회에 보답하듯이 팀을 사상 최초로 유러피언 챔피언십(유로) 결승전에 올려놓았다.

 

이번 유로 2020에서 잉글랜드는 지난 월드컵에서의 3백이 아닌 4 백전 술로 대회에 나섰다. 물론 대회 직전까지 3백을 쓰려고 했고 선수 기용을 다양하게 해 보며 이런저런 실험을 해봤으나 여러 문제들이 겹치며 조금 더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4백으로 전환했다. 매과이어 대신 출전한 타이론 밍스가 공백을 잘 메꾸며 조별예선 무실점에 기여했고 사우스게이트가 고민하던 레프트백마저 논란의 트리피어가 대회 1 경기만에 성과를 못 내고 루크 쇼가 주전을 차지하면서 4백 라인이 안정적으로 다듬어졌다. 안정적인 4백으로 상대팀의 공격들을 모두 틀어막으며 결승에 진출한 잉글랜드는 성과가 나왔기 때문에 상대팀 이탈리아와 마찬가지로 4백으로 맞설 것이 예상되었다. 그럼에도 몇몇은 사우스게이트니까 아직 모른다고 했다. 결승 당일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사우스게이트는 3백을 다시 꺼내 들었다. 퍼포먼스가 좋았던 워커를 다시 3백의 스토퍼로 복귀시켰고 2018년도 어린 아놀드 대신 오른쪽 윙백의 선발 자리를 맡았던 트리피어를 이번 대회 처음으로 레프트백이 아닌 라이트백으로 선발 출전시켰다. 갑작스러운 3백전술로의 회귀라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지만 결승전 전반 2분 만에 양쪽 윙백 트리피어와 쇼가 합작하여 선제골을 뽑아내면서 선발에 대한 비판은 금세 사라졌다. 

 

물론 선제골 이후로 트리피어가 위치한 우측면은 공격로로 활용되지 않고 상대팀 이탈리아의 주 무기인 인시녜를 막는데 집중했기 때문에 주로 사용되지 않았으나 선제골장면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여 트리피어의 윙백 기용은 뽕은 뽑은 셈. 사우스게이트의 비장의 3백 무기는 성공했다.

     이 경기에서 왼쪽에 볼 투입을 집중했던 잉글랜드     출처: 후스코어드

이날 사우스게이트는 팀에서 폼이 좋은 루크 쇼를 활용할 의도와 동시에 상대팀인 이탈리아는 인시녜와 스피나촐라(에메르송)로 대표되는 왼쪽 측면을 주로 사용하는 팀이니 이를 막고자 하는 총 2가지의 의도로 우측면에서의 공격은 소극적으로 하였으며 좌측면에선 루크 쇼를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시켜 공격 루트로 활용하였다.

 

(선제골의 주인공 루크 쇼는 83개의 터치를 기록했고 우측 윙백의 트리피어는 고작 32번의 터치만 기록했고 교체되었다.)

 

3백 (좌측) / 4백 (우측)

 

이외에도 잉글랜드는 3백으로 시작했으나 경기 중간 간헐적으로 4백으로 전환하며 상대를 혼란을 유도했고 이것이 통했는지 이탈리아의 에이스 인시녜는 82번의 볼터치로 포워드 중에 가장 많은 볼터치를 했으나 주요 순간에 집중력을 잃으며 기회를 놓쳤고 슈팅 5회, 유효슈팅 1회만 기록한 후에 교체당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트라이커인 임모빌레 또한 고작 25번의 터치로 골키퍼 돈나룸마보다 적은 볼터치를 하는데 그쳤고 슈팅 또한 유효슈팅 없이 힘없이 1번 시도하며 벨로티와 교체되어 경기장을 떠났다.

 

비록 후반전에 세트피스에서 동점골을 허용했고, 노골적으로 수비에 집중했던 잉글랜드지만 이날 세트피스 한차례를 제외하고 좋은 득점력을 갖춘 이탈리아를 훌륭하게 막아내었다.

 

로베르토 만치니의 노련한 운영

 

사우스게이트가 전반 2분 만에 깜짝 카드인 3 백전 술로 한방 먹이자 결승전 무대이자 잉글랜드 대표팀의 홈구장인 웸블리 스타디움, 그리고 경기장 주변인 런던엔 환호가 쏟아졌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선제골을 허용하자 당황한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로베르토 만치니는 선수들을 격려하며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길 요구했다. 선수들도 이에 따라 원래 하던 플레이에 집중하였고 전반이 지나갈수록 볼 점유율을 많이 챙겨갔고 뚫진 못했지만 잉글랜드의 수비벽을 계속 두드렸다. 전반전을 1대 0으로 끝내고 후반전이 시작했음에도 만치니는 여유롭게 경기를 지켜봤다. 이탈리아가 경기 내내 높은 점유율을 가져갔음에도 잉글랜드의 조직적인 수비벽을 흔들지못하자 만치니는 노련하게 빠른 교체를 실행했다. 후반 55분이 되자 스트라이커 임모빌레 대신 베라르디를 투입해 키에사-인시녜-베라르디 조합을 완성시켜 빠른 스피드와 강한 전방압박을 통해 상대 수비들을 더 압박했고 미드진에도 바렐라 대신 장신의 크리스탄테를 투입하는 변화를 주어 이탈리아 미드진의 약점인 공중볼마저 보완하여 해리 케인을 완전봉쇄했다. 해리 케인의 공중볼 경합마저 번번히 실패하자 잉글랜드는 적은 기회조차 가져가지 못했고 이탈리아는 볼 점유율을 극단적으로 늘려갔다. 그렇게 이탈리아의 변화에 잉글랜드는 흔들렸지만 사우스게이트는 맞대응하지 않았고 이탈리아는 66분에 교체로 인해 극대화된 주도권으로 얻은 코너킥을 동점골로 연결시켰다. 사우스게이트는 동점골을 먹히자 이제서야 교체선수를 준비시키며 71분, 74분 2장의 교체 카드를 꺼냈으나 이탈리아에게 넘어간 주도권은 되찾기 힘들었고 운좋게 더 실점을 하지 않은채 연장전을 갔다. 만치니는 사우스게이트에 비해 매우 노련했다. 연장전을 대비해 체력이 고갈된 키에사(86')를 교체한데에 이어 연장전을 돌입하자 인시녜(91')와 베라티(96')를 빠르게 교체하여 UEFA가 주관하는 대회에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5장의 교체카드와 연장전에 돌입할 경우 추가적으로 부여하는 1장의 교체카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팀의 전방압박을 경기내내 유지하였다. 이에반해 사우스게이트는 후반전 교체 이후 남은 4장을 만지작거리기만했고 연장전 후반 99분이 돼서야 별다른 활약을 하지못하던 마운트를 그제서야 그릴리시로 교체했다. 그릴리시가 투입된 후 잉글랜드의 공격이 어느정도 살아났으나 남은 시간은 그릴리시를 활용하기 매우 적은 시간이었다. 120분 승부차기직전이 되자 이탈리아는 모든 교체카드를 다 사용한 반면 잉글랜드는 남은 3장 중 2장을 120분이 되서야 사용하며 승부차기에 나섰다.

 

논란의 승부차기 키커 선정

 

잉글랜드의 감독 사우스게이트는 연장전 120분 승부차기에 돌입하기 직전에 카일 워커와 후반전에 투입된 조던 헨더슨을 빼고 좀처럼 대회에서 보지 못한 래시포드와 산초를 투입하였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노골적으로 승부차기키커를 위한 교체였음을 알 수 있었다. 산초와 래시포드 둘 다 킥이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투입이었고 사전에 준비된 전략 같았다. 그러나 위 두 선수는 3번, 4번 키커로 나섰으나 120분에 투입되어서 몸이 올라오지 않았고 이를 증명하듯이 무기력한 킥 정확도를 보여주며 실축을 했다. 사우스게이트의 교체 전략과 더불어 승부차기 전략마저 모두 실패한 것이다. 그래도 운은 좋았던 게 이탈리아 믿음의 5번 키커 조르지뉴가 충격의 실축을 하며 잉글랜드에게 기회가 왔고 삼사자군단의 5번 키커가 성공하면 동점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5번 키커로 부카요 사카가 등장했다. 부카요 사카는 원치 않은 상황이라는 듯이 긴장한 것이 얼굴에 보였고 아쉬운 슛을 하며 실축을 했고, 그대로 이탈리아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부카요 사카는 2001년생으로 대표팀 막내라인이며 프로에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유망주이다. 사우스게이트는 그릴리시나 승부차기를 목적으로 투입된 2명의 선수가 있었음에도 그에게 많은 부담감과 함께 5번 키커로 배치되어 결국 사카는 실축을 했고 그는 충격으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실축한 래시 포드와 사카에게 SNS로 인종차별이 쏟아지자 유립 전 지역 언론에선 사우스게이트의 충격적인 판단을 비난하였다. 끝으로 이번 승부차기 키커 선정은 역대 최악으로 사례를 남겼다.

 

 

(사우스게이트는 선수 시절에 유로 1996 4강 독일전에 5번 키커로 배치되어 나섰으나 실축을 했고 이로인해 잉글랜드가 탈락하자 자국에서 매국노로 찍혔던 경험이 있고, 후에 방황했으며 나중에 밝혀진게 본인은 5번키커로 나서기 싫었으나 시켜서 나갔다고...) 

 

 

 

 승부차기
베라르디  벨로티 × 보누치  베르나르데스키  조르지뉴 ×
케인 매과이어 래시포드 × 산초 × 사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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